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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앉아 있었다. 홀로 걸었다. 혼자있음이 자기를 유배시키는 일이었음을 알았다. 난 그게 필요했다. 난 그 때 그 사람이 필요했었다. 이유없이 우연히 만난 사이라고 생각했었지만 그 때 그 사람을 만나야 할 이유가 컸다는 것을 나중에야 알아 차렸다. 포츠마우쓰 수도원에 근 25년 넘게 가서 몇주 몇날을 홀로 지낸 이유를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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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도가 포도주가 되려면 밀봉된 채 최소한 72시간 3일 반이 필요하다.  공기가 들어가거나 시간이 적으면 썩거나 미완성이다. 그래서 난 나의 문제를 소화시킬 홀로있음이 필요했던 모양이다. 성격이나 내 성향이기도 하지만, 내 안에서 일어나는 여러가지 작용들을 소화시키기 위해서는 나 홀로 광야가 필요했다. "혼자 조용히 머무는 사람은 신비한 지혜에 닿는다"는 노자의 이야기나, 은밀한 중에 보시는 하나님께 기도하라는 예수의 말씀이나 다 그래서 그런것 같다.


산티아고나 공원을 홀로 걷는 것을 좋아하는 이유도 내 삶을 소화시키기 위한 시간들이었다는 것을 최근에서야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일어났다 사라지는 마음들을 지켜보는 일도 꽤 재미있는 일들이 되었다. 이제야 조금씩 철이 들면서 건강을 회복하는 것 같다. 내가 나를 읽는다는 것이 고통스러웠던 적도 있었지만, 이제 남의 일을 보듯 객관화 시켜서 내 행동과 마음속과 패턴들을 잡아내 이해해 보는 것이 참으로 소중하고 재미있어 지기 시작했다. 


'홀로있음'이 내가 나를 사랑하는 방식이었다는 것도 참 고마운 깨달음이었다. 이제 나이 들어도 괜찮을 것 같고, 덜 외로울 것 같다. 내가 나와 함께 있는 법을 터득해가고, 또 그로 인해 삶이 더 풍요로워질 것 같은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사람들과도 이젠 잘 지내고 덜 불편해 할 것같다. 아니 더 함께 있는 것을 즐길 수 있을 것도 같다.  이런 느낌 참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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