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녘에 묵상하며 바라본 눈 덮인 뒤뜰은 스산하지만 겨울다워 보기 좋았습니다. 한줌밖에 안되는 인생이 우주의 중심이 되어 세상을 돌리려 했던 무모함을 절실히 깨닫습니다. "회개합니다. 잘못했습니다 주님! 내가 중심이 아님을 절절히 느낍니다. 나는 잠시 세상에 다니러 왔을 뿐 이 세상의 주인은 당신이 맞습니다."

눈꽃이 피어있는 나무들은 말없이 추운 겨울을 견뎌냅니다. 안으로 안으로 침잠해 들어가면서 자신을 다지는 나무를 봅니다. 떨구어 내야 할 것들이 있다면 진작에 버리고 나신으로 서있는 나무는 참 지혜로왔습니다. 앙상한 가지들은 하늘을 향해 기도만 드리며 이 추운 겨울을 나고 있습니다. 꽃피는 봄을 기다리면서, 무성한 가지를 드리우며 자기 세계를 열 여름을 기다리면서 그렇게 그냥 서 견디고 있습니다. 겨울을 이길 다른 방법은 없겠지요. 그냥 그렇게 거기 서서 내성을 기르고 뿌리를 더 깊이 내리는 수밖에.

한꾸러미 짐을 싸들고 사랑하는 아들과 함께 집으로 왔습니다. 지난 7월이후 한상에 앉아서 밥을 먹어 보지 못했습니다. 처음에는 고통때문에, 그 다음은 어떻게 해서든지 자연식을 먹여 보려고 그러다가 6개월이 흘렀습니다. 아들이 조금 아파하더라도 식구들이 같이 앉은 식탁을 다시 경험하게 해 주고 싶었습니다. 식사기도를 하는데 목이 메어 할수 없었습니다. 아들도 눈물을 훔치고 있었습니다. 간신히 기도를 끝내고 구수한 청국장을 먹었습니다. 눈물을 삼키며 먹었습니다. 눈물을 먹었습니다. 식구들이 모두 함께 앉아서 밥먹는 일이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 그게 얼마나 큰 은총인지 처음 알았습니다.

저는 새벽기도의 습관이 있어 일찍자고 일찍일어나고, 아내는 늦게 자고 늦게 일어 납니다. 하루를 분담하면서 보냅니다. 교회에 할일은 태산같은데 손을 놓고 아니 손을 아들에게 주면서 시간을 함께 보내고 있습니다. 하루하루가 그렇게 소중할수 없습니다. 하루가 감사합니다. 결국 사람은 하루를 산다는 제 선생님의 말이 실감이 납니다. 내일 죽어 오늘을 산다는 말도 맞습니다.

현택이는 짚게를 짚고 당구를 했는데 그게 쉽지가 않고 몸도 예전같지 않아 힘들어 하면서도 잠시 시간을 보냈습니다. 다리에 힘을 얻어 다시 하겠다고 다시 올라 왔습니다. 왜 이런 어려운 일이 있어야 하는지 모르지만 그분은 뜻이 있겠지요. 광야 40년, 십자가라면 영문도 모른채 달게 지고 갈것입니다. 그때는 얼굴과 얼굴을 마주보듯 확연하게 알려 주시겠지요. 그냥 갑니다. 그래도 갑니다. 사랑이신 그분이 결국은 모든 일을 아름답게 이루어가 가실것을 믿으니까요. 하지만 힘이 듭니다. 무척 힘이 듭니다.  교우들의 기도가 많이 힘이 됩니다